‘외국인 근로자와 겨울바다를 가다’편이 3부로 나눠져 시작할 때만 해도 조금 지겹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 외국인 친구를 데리고 여행한 장면을 방송한 적이 있어 외국인과의 여행이 신선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작진은 반전을 마련했다. 가족들과의 상봉 사실을 미리 홍보할 수도 있었지만 깜짝쇼로 만들었다. 미리 시사를 했을때 제작진마다 눈물을 훔친 터였다.
이동희 PD는 “예능이라는 베이스를 깔고 아시아 근로자들과의 가족 상봉을 다루면 아무래도 진지한 교양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파급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의미있는 작업이었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외국인 근로자편을 기획하면서 많은 우려를 했다. 노동자 가족들이 더운 나라에서 살던 사람인데다 노약자도 있어 혹시 추운 겨울 한국에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외국 근로자의 부모는 아들을 보기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내한하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제작진은 방한복과 내복까지 챙기고 전 스텝이 달라붙어 이들의 안전을 도모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외국인의 가족들은 민망할 정도로 고마워하며 한없이 기쁘다는 말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또한 가족 대다수가 비행기를 처음 타본 사람들이었고, 여권과 비자도 없었는데다 인천공항과 직항편이 없는 곳에 살고 있어 외교통상부와 고용노동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다섯 가족의 상봉은 힘들었다고 한다.
이동희 PD는 “사실 ‘1박2일 멤버들도 모르게 이렇게까지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하다 보니 일이 커졌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와 스텝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고 밝혔다.
주한 외국인 100만명 돌파 시대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살다보면 이들도 더러 말썽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들과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머나먼 타지에서 생활하는 주한 외국인 노동자는 아버지가 사망해도 고국에 갈 수가 없었다. 네팔의 까르끼가 아내와 두딸을 만나고, 혼자 살기 싫다고 울부짖는 까르끼 아내를 보면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족들에게 공영방송 KBS ‘1박2일’이 의미있는 일을 했다. 한국시청자에게도 가족을 한번 생각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