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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파구 새해 벽두부터 친서민 행정 눈길
일명 강남3구로 불리는 송파구가 최근 친서민 파격행보로 연일 화제다. 행사 의전을 간소화하고, 종무식도 대폭 축소한 데 이어 새해부터 취약계층과의 대화에 나서는 등 공무원 사회의 오랜 관행을 깨트리고 나선 것.

송파구는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구청장 동 순회 일정을 소외 및 취약 계층과의 신년간담회로 선회했다. 이뿐 아니라 문화 소외계층과 평소 숨은 기부자들을 함께 초청해 19일 저녁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리는 사랑나눔 음악회까지 새해 벽두부터 이웃사랑 열기가 뜨겁다.

동 신년간담회는 초청주민도 직능단체장 등 주민대표 300여명을 동원(?)하던 기존 형식을 과감하게 벗어나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한다.

특히 장인에게 간이식 후 합병증으로 근근이 남매를 키우고 있는 부자가정, 사업에 실패한 부모 가출 뒤 고모집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남편과 사별한 뒤 본인마저 근육병이 걸려 어렵게 아들을 키우고 있는 모자가정, 40년 전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와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칠순의 할머니, 4명의 자녀를 둔 다둥이 엄마 등 홀몸노인, 한부모 가정,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다자녀부모, 소년ㆍ소년가정 등 지정기탁 수혜자, 그리고 불우이웃돕기 후원자 2~3명 등 20명여명이 참석한다. 때문에 직원 역시 관련 국ㆍ과장 등 최소인원만 참석한다.

별도의 행사의전도 없다. 간소하게 차려진 다과를 나누면서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 시간이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참석주민들에게 “새해가 되면 동을 순회하면서 직능단체대표 등 지역 유지들을 만나는데 올해는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과 만나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며 “불만, 칭찬 등 하고 싶은 얘기는 마음껏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너무 잘해줘 할 말이 없다” “관심이 너무 고맙다” “복지사가 친절하다”는 칭찬이 쏟아지는가 하면 “지원금이 부족해 난방도 못하고 산다” “보건소에 정형외과도 생겼으면 좋겠다” “애 많이 낳으면 나라가 키워준다더니 별 지원도 없다”는 불만도 털어놓는다.

이에 대해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현장방문을 통해 도울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진심어린 사과와 대안을 약속했다.

덕분에 평소 기부만 해왔던 숨은 후원자들도 처음 수혜자들과 한 자리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18년째 이 지역에서 병원을 하면서 환자와 의사로서가 아니라 주민들과 인사는 처음”이라고 밝힌 문영규 문산부인과 원장(가락본동)은 “더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해 죄송하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희망을 가지고 사시라”며 격려했다.

버는 족족 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긴 채 수시로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이웃돕기성금을 내는 박금훈 일월정사 원장(방이2동)은 “13년 전 죽을 사람이 살아나 남을 돕기 위해 살다보니 내 입원비가 없어 쩔쩔 맨 적도 있었다. 그러나 빚을 갚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더 열심히 돕겠다”고 약속했다.

동 간담회가 끝나면 주변 경로당으로 이동한다. 박 구청장은 “자식의 입장에서 새해를 맞아 부모님께 세배 드리러 왔다”며 한 자리에 모인 어르신들에게 큰 절을 올린다.

이에 대해 어르신들은 “힘 없고, 돈 없고, 빽 없는 우리들을 보러와 줘 고맙다. 집 지어주고, 먹여주고, 따뜻하게 겨울 지내게 해주면 됐지 이렇게 새해라고 먼저 찾아와주니 더 바랄 게 없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뿐 아니라 “일자리를 구해달라” “지원금을 올려 달라” “공원에 운동기구 좀 설치해달라”는 어르신들의 요구도 하나하나 귀담아 듣는다.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응도 각각 다르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이 시기에 꼭 필요한 행정의 모습이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구청장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고 털어놓는 직원들도 있다.

송파구의 이번 소외 및 취약 계층과의 신년간담회는 매일 1~2차례씩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19일에 열리는 사랑나눔 음악회의 초청주민도 저소득층 어린이, 소년소녀가장 등 평소 문화소외계층과 평소 이웃돕기에 헌신적인 숨은 기부자 등 총 600여명을 한 자리에 모은다. 공연도 참석자들이 부담이 없도록 클래식과 성악, 가요 등을 적절히 섞었다. 송파구립교향악단의 ‘경기병 서곡’ ‘리베르 탱고’ 연주에 이어 소프라노 임경애, 테너 하만택 씨의 ‘꽃구름 속에’ ‘축배의 노래’ 가곡과 중년층 최고의 언더 인기가수 추가열 씨가 나와 ‘행복해요’ ‘백만송이 장미’ ‘7080 메들리’ 등을 부른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태에 발 맞춰 가기 바빴던 지방행정, 이제는 우리 시대 서민들에게 눈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어쨌든 반가운 일에 틀림없다.

<정태일 기자 @ndisbegin>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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