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인기는 가요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우선 걸그룹과 후크송의 인기에 약간의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다.
최근까지도 멜로디 라인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후크송이 대세였다. 하지만 ‘좋은 날’은 멜로디 라인이 탄탄한 곡이다. ‘좋은 날’은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어떡해’라는 가사가 남자들에게 먹혔지만 기계음이 들어있지 않고 기승전결을 갖춘 노래도 히트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멜로디 라인을 갖춘 노래가 진부하게 느껴졌지만 후크송이 범람하면서 오히려 차별화하는 효과로 작용했다.
아이유가 중학교 3학년때 데뷔곡 ‘미아’를 불렀을 때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대중은 걸그룹의 멤버중 한 명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어 ‘Boo’와 마쉬멜로우’를 부르고 어쿠스틱 기타를 튕긴 게 걸그룹과는 확연히 다른 가수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다.
아이유는 “요즘 연예인은 너무 예쁜데 나는 그렇게 예쁘지도 않다. 비주얼이 강한 것도 아니고, 가창력을 뽐내는 디바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자신의 이런 어정쩡함이 오히려 무기요 매력이 됐다.
걸그룹이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날씬할 뿐만 아니라 춤실력은 기본이다. 하지만 걸그룹은 너무 많아 식상해질 싯점에 와있다. 아이유는 걸그룹도 아니면서 완벽한 가창력을 지닌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기본 이상의 가창력과 귀여움, 대중적인 음악이 결합해 ‘아이유앓이’가 나온 것이다.
아이유의 인기에는 어린 나이에도 딱 부러지는 소신도 한몫했다. 아이유와 인터뷰를 해보면 고교 2학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른스럽다. 소위 ‘개념 발언’들이 이어진다. “소녀 디바라는 호칭이 불편하다” “저는 과잉평가된 가수다” “특례입학으로 대학교에 간다고 해도 공부할 수 있을까? 공부할 수 있을 때 대학가겠다” 등 고교생 같지 않은 발언들이 기자를 놀라게 했다. ‘잔소리’의 성공도 듀엣에 참가한 2AM 임슬옹에게 대부분의 공을 돌렸다.
아이유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어봤더니 롱런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미의 카리스마, 이소라의 음악성, 박기영의 시원하면서 묘한 매력, 윤하의 에너지 등 선배의 장점을 흡수해 자신의 색깔을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기자가 보기에는 아이유가 주류 매체에 등장하는 대중가수라기 보다는 의식있는 비주류 가수의 분위기를 많이 지닌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유는 자의식에 빠져있다거나 대화하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체력적으로는 지친 상태임에도 웃음기 머금은 서글서글한 표정에 또박또박 자신이 지닌 생각들을 당당하게 말하는 젊은이였다. 무엇보다 함께 있으면 유쾌해지는 그런 가수였다. 아이유와는 또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닌 솔로 여가수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