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여환섭 부장검사)가 예상 밖의 복병을 맞아 고군분투 중이다. 자신했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모자라 박기륜 전 경기경찰청 2차장이 출국해버린 것이다.
박 전 차장은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65) 씨의 로비 행각에 연루됐다고 알려지며 향후 검찰의 칼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점쳐졌던 인물이다.
허를 찔린 검찰은 유 씨와의 유착이 의심되는 박 전 차장을 놔둔 채 유상봉 로비사건의 전말을 파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일사천리였던 수사에 난항이 예고된 것은 강 전 청장의 영장이 기각된 이후부터다. 유 씨로부터 인사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일부 돈을 받은 혐의를 시인했고, 검찰은 참고인과 유 씨 조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 등으로 영장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뜻밖에 ‘소명부족’이라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고, 더불어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의 영장 청구도 발이 묶였다.
지난 16일 김병철 전 울산경찰청장이 소환되자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경위는 “지자체나 다른 곳에도 연루된 공직자가 많다는데, 세 번 연속으로 경찰만 조사를 받는 게 좀 이상하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검찰은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소환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기류가 이어지면 향후 예상밖의 복병을 또 만났을 때 법-검 갈등뿐만 아니라 검-경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절치부심한 동부지검은 다시 신중하고 꼼꼼한 수사 모드로 돌아갔다. 이 전 청장의 영장 청구를 검토 중인 검찰은 지난 12일 이 전 청장을 소환 조사한 이후에도 16일 한 의경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빈틈없게 수사를 보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