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내 ‘왕따’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된 바 있지만,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사이버 왕따’도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 괴롭힘에 휴대전화가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17일 고려사이버대 전신현 교수와 숭실대 이성식 교수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서울 시내 중학생 718명 중 응답자(715명)의 13.7%(98명)가 휴대전화로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7명 중 1명꼴로 욕설이나 놀림을 담은 문자메시지 등을 받은 셈이다.
연구진은 다중회귀 분석을 통해 휴대전화 집단 괴롭힘의 동기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들 중 대부분이 단순히 재미와 쾌락을 이유로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영향력을 나타내는 수치인 표준화 회귀계수의 절대값은 ‘재미쾌락형’(β=0.213)이 가장 컸고,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분노’(β=0.093)와 ‘타인에 대한 지배욕’(β=0.083)이 뒤를 따랐다.
‘튀는 학생에 대한 배척심’(β=0.021)은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여서 휴대전화 집단 괴롭힘의 동기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휴대전화를 이용해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비행친구(β=0.216)가 있거나 휴대전화 집단 괴롭힘 피해 경험(β=0.235)이 있는 학생들은 자신도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전 교수는 “휴대전화를 통한 집단 괴롭힘은 기존의 왕따와 달리 분노, 지배, 배척 동기가 아니라 재미와 쾌락을 이유로 저질러지고 있다”며 “스마트폰의 사용 증가로 인해 청소년의 비행이 보다 다양한 형태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