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선진국인 미국, 영국, 싱가포르의 중산층들은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자산관리 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우선 한국의 ‘계(契)’처럼 팀을 짜서 특정 PB와 접촉해 포트폴리오를 짜서 공동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팀이 여러 명의 PB를 두고 일하기도 하고, 특정 상품이나 종목에 집중하는 사례도 있다. 투자 방식은 최근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자문형 랩어카운트와 비슷하다.
PB를 좀 더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중산층에게는 유럽의 전통적인 자산관리 기법으로 알려진 ‘패밀리 오피서(Family officer)’가 미국과 아시아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프라이빗뱅커를 집사 개념으로 두고 개인 자산관리를 넘어 사업체 자사관리, 넓게는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맡기는 형태를 말한다.
‘DART(Derivative of Accounting, Regulation, Tax)’는 공직자 등 사회적 명예가 중요시되는 위치에 있는 중산층에 적합한 자산관리 방식이다. 예컨대 투자상품이 불법행위에 연루됐을 때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합법적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절세를 가능하게 해주는 등 평판(Reputation) 관리를 해준다. 또 기업의 경우 분식회계 등으로 인한 리스크(위험)를 차단한다.
‘자녀 성공계획(Next generation success plan)’은 자녀의 교육과 사회 진출 후 활동, 상속까지 PB가 자산관리 차원에서 협의하에 장기적 계획을 짜고 이행한다.
자산 가치의 보존력을 극대화한 방식으로는 ‘트러스트(Trust)’ 개념이 있다. 은행에 전 재산을 위임하되, 실제 자산관리나 상속 등의 권한은 본인이 그대로 갖는 방식이다. 자신의 재산이지만, 법적으로는 은행에 위임돼 있기 때문에 법적ㆍ정치적 사건에 휘말려도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정치ㆍ외교적 리스크가 높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정권교체에 따른 재산 몰수 등을 우려하는 중산층들이 많이 이용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중산층은 ‘키맨 보험(Keyman insurance)’이라는 제3자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기법까지 이용하고 있다. 회사의 핵심 임직원의 각종 사고나 유고시에 대비해 해외 계좌를 통해 보험을 드는 방식이다. 실제로 핵심 임직원이 유고 상황이 되면 보험회사로부터 해외 계좌로 보험금을 받는다. 보험 가입자인 기업주는 해당 임직원을 잃은 데 대한 보상을 세금 없이 받게 된다.
이태경 기자/uni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