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이태경 기자] “전 세계 자산관리 시장의 큰 흐름은 미국 양적 완화의 결과로 글로벌 자금이 웨스트(West)에서 이스트(East)로 동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성장하는 서방 선진국에 투자할지, 8~9%의 고성장을 이뤄내는 인도, 중국 등 아시아에 투자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죠.”
스탠다드차타드(SC) 프라이빗뱅킹(PB)의 셰인 넬슨(Shayne Nelson) CEO 겸 글로벌헤드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의 파이낸셜센터 글로벌PB 헤드쿼터(본부)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2009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아시아는 훨씬 강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SC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26개 주요 도시에 31개 PB지점과 450명의 전문역(RM)을 보유했다. 영국계 금융그룹이지만 아시아에 특화된 전통을 살려 싱가포르에 PB본부를 두고 있다. 넬슨 CEO는 “우리의 아시아 경제에 대한 전망은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무역과 자본투자 규모가 굉장히 많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예전보다 리스크에 대한 면역력을 많이 갖췄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 아시아의 무역과 자본투자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유망한 투자지역으로 관심을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넬슨 CEO는 단기적인 자산관리 전략에 대해서는 시장을 읽기가 매우 어려운 시점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단기적으로는 아시아 지역에선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게 맞습니다. 자금의 급격한 유입에 따른 일부 거품 현상이 목격되고 있어요. 당분간 현금 비중 확대 등 안전자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부동산 가격 통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그는 또 아시아의 주식 시장은 거의 제 가격을 평가받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넬슨 CEO는 최근 자산관리 시장의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으로 중국을 꼽았다. 그는 “백만장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곳”이라며 “PB 사업을 하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넬슨 CEO는 1998년 IMF 구제금융 당시 동북아 리스크담당 헤드로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는 지난해 ‘천안함 및 연평도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반도 긴장의 역사는 오래된 데다 이번에도 긴장감이 해소될 것이란 자신감이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자본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넬슨 CEO는 SC의 PB 운용계획에 대해 “2013년까지 현재 450명인 RM을 75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큰 그림 아래 한국도 34명인 RM을 향후 50명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uni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