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4분기 실적부진 전망과 대통령의 ‘묘(妙)한 기름값’ 언급으로 SK이노베이션(구 SK에너지) 주가흐름이 한동안 주춤했다. 하지만 이번 조정은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분석이 대세다. 경기회복에 따른 유가상승과 물가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은 그 부담을 상쇄해주는 가장 좋은 헤지(Hedge) 수단이기도 하다.통상 유가가 오르면 SK이노베이션의 이익은 늘어난다. 정제마진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미국이 세계에 공급하는 정유제품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SK이노베이션이 수혜다.
쉽게 말해 정유제품의 글로벌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부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SK이노베이션의 평균 가동률은 아직 100% 미만이다. 제조업 특성상 가동률이 100%를 넘게 되면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또 장치산업 특성상 공급확대를 위한 경쟁사의 설비투자도 수년이 걸린다. 한동안 독점적으로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유가가 오르면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자원개발(E&P) 관련 자산의 가치도 높인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유가 오름세를 이용해 지속적인 부담이 컸던 해상광구를 2조7000억원에 매각하고 대신 경쟁력 있는 자원개발 자산에 투자할 계획을 짜고 있다.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에 들어가면서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하 압력을 높이는 것은 분명 부담요인이다. 하지만 이전 기름값 논란사태를 되돌아볼 때 실제 가격하락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고, 설령 가격하락이 이뤄졌다해도 그 폭이 크지 않았다. 올 3분기 말까지 SK이노베이션이 국내에서 판매한 휘발유와 경유 매출은 6조1419억원으로 총매출 31조6715억원의 19.4%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20.36%보다 1%포인트가량 줄어들었다. 기름값 하락의 부담이 커지더라도 정제마진 개선과 자원개발 관련 자산가치 상승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때 2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수준의 부담도 적다. 4분기 실적부진은 이미 예상됐던 데다, 일시적인 요인 탓이었다는 분석이 대세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최소 22만원에서 최고 26만원까지 분포돼 있다. 14일 종가 대비 최소 16.7%, 최대 37.9%의 상승여력이다.
계열사이면서도 가장 보수적인 목표주가를 내놓고 있는 SK증권의 2011년 SK이노베이션 경영실적 전망은 2010년 대비 매출 8.7%, 순이익 27.8% 증가다. 2011년 예상 순이익 1조7822 대비 현주가는 PER 10배 미만이다. 2009년 16.2배, 2010년 12.7배에 못미치는 것은 물론 코스피 평균도 밑도는 수준이다.
이밖에 최근 단행한 기업분할도 잠재적으로 긍정적 재료다. 분할 후 자회사별로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실행전략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배터리 등 신규사업의 성장 가속화에 대한 시장기대가 크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