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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중산층 재테크 현장을 가다>美·英 현금 중시…싱가포르는 주식·부동산 공격투자

금융위기 선진국 심리적 위축

美·유럽·아시아·남미까지

정교한 ‘스마트 솔루션’ 구성


싱가포르 금융투자상품 눈길

돌발악재때 저가매수로 수익


[뉴욕ㆍLAㆍ런던ㆍ싱가포르=김영화ㆍ이태경ㆍ안상미 기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경제환경하에서 중산층의 바람직한 자산관리 해법을 찾기 위해 헤럴드경제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선진국인 미국, 영국, 싱가포르 현지를 방문해 중산층과 자산관리 전문가를 심층 취재했다. 

▶100만달러 이상 굴리는 1000만명=금융위기 당시 최악의 자산 가치 추락을 맛본 3개 지역의 중산층은 모두 금융자산을 이전보다 정교하고 다양화된 포트폴리오인 ‘스마트 솔루션(Smart Solution)’으로 구성해 가고 있었다.

특히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 비율을 높이는 흐름이 감지됐다.

물론 미국과 영국의 중산층은 아직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현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게 가진 채 보수적인 자산관리를 하고 있었다. 반면 이미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어본 싱가포르의 중산층은 일종의 ‘학습효과’에 기반을 둔 자신감으로 위험자산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등 미국과 영국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에서 중산층은 금융자산이 최소 10만달러(1억원) 이상인 계층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자산관리의 흐름을 이끄는 계층은 금융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고액 자산가(HNWI)이다. 10만~100만달러를 보유한 대중부유층(Mass-affluent)은 HNWI의 자산관리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발간된 캡제미니의 ‘세계 부 보고서(World Wealth Report)’에 따르면 2009년 전 세계 고액 자산가는 1000만명, 자산총액은 39조달러로 2008년보다 각각 17.1%, 18.9% 증가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아시아는 처음으로 유럽과 같은 수준인 300만명을 돌파했다.

미국은 고액 자산가(287만명)를 포함해 중산층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이며, 영국은 중산층 자산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프라이빗뱅커(PB)가 태동한 곳이다. 싱가포르는 전통적인 글로벌 PB 금융기업들이 잇따라 지역본부를 차리며 ‘아시아의 스위스’로 거듭나고 있다.

▶스마트 솔루션, 위기 후 분산 투자 뚜렷

=금융위기가 중산층에게 알려준 첫 번째 키워드는 분산 투자다. 소수의 투자상품 및 특정 지역의 자산 비율이 높으면 언제 자산 가치가 또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현금부터 채권, 주식, 파생상품까지 다양한 상품과 미국, 유럽, 아시아, 남미 등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이전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부지런하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다.

미국 LA에서 만난 샌드라 케인(가명) 씨는 20여년간 키워온 광고회사 매각대금 2500억원을 소유한 거부(巨富)다. 케인 씨는 “2008년에 달러는 너무 불안해 유로화 비중을 높였다가 요즘엔 유럽도 흔들리기 때문에 금으로 많이 바꿔놨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주가지수(인덱스)를 좇는 펀드보다는 지수가 하락하더라도 절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채권이 대세다. 한 현지 중산층은 “금융자산 중 신흥국 시장 비중을 높였고, 금융위기 이전에 투자 비중이 높았던 헤지펀드는 이젠 안 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에서 큰 음식점을 운영하는 찰리 왕(가명) 씨는 2008년 위기 당시 금융자산 비중을 전체 40%까지 줄였다가 최근엔 60%까지 높였다. 그는 “금융위기 전에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만 했는데, 요즘엔 싱가포르채권과 해외채권, FX마진거래까지 영역을 넓혔다”고 말했다.

▶뒤바뀐 서구와 아시아의 투자 패턴=전통적인 투자 패턴은 서구 중산층은 주식ㆍ채권ㆍ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이 높고, 아시아 중산층은 현금과 부동산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에서 접한 중산층들의 투자 형태를 보면 금융위기 이후 입장이 뒤바뀐 양상이었다.

아직 기억이 생생한 IMF 사태를 겪은 뒤 ‘위기 후 기회가 온다’는 말을 몸소 체험한 싱가포르의 중산층은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이 동반 회복하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300억원대 자산가인 마틴 창(가명) 씨는 지난해 한국에서 ‘연평도 사태’가 났을 때 한국수출입은행 채권이 일주일 새 6%가량 하락하자 PB와 상의해 과감히 저가 매수에 들어가 수익을 냈다.

반면 오랜만에 또는 처음으로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과 영국의 중산층은 현금 비중이 높고 금과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에 큰 관심을 나타내며, 아직 심리적인 위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미국 뉴욕의 또 다른 자산가는 “예전에는 금융자산 중 50%는 미국 주식을 사고 나머지는 각종 채권을 샀지만, 요즘엔 현금을 많이 갖고 있고 주식은 중국 등 회복 속도가 빠른 아시아 비중을 높였다”고 말했다.

un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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