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해외진출을 앞다투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명쾌한 지침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이에따라 향후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ㆍ합병하려는 은행지주사들이 인허가를 받는 데도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17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더 이상 국내 시장 내에서의 M&A 경쟁 등으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해외 신시장으로 언급되는 개발도상국가들의 진출을 적극 독려키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 동남아 및 아시아 신흥시장에 진출해 영업망을 확대하는 은행지주사들에겐 인허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예고했다.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은행지주사들의 해외진출 포인트는 리테일(소매금융) 시장의 확대다. 현지진출 국내 기업과 교민들을 상대로한 영업보다는 해당 국가의 소매금융 시장에 기반을 잡는 쪽을 우대해줄 방침이다. 또 인허가와 영업망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현지 법인 설립보다는 현지 토착화된 법인을 인수하는 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모델로 거론하는 해외진출 우수 사례는 해당 지역 소매금융 위주의 중ㆍ소은행을 합병하며 성장한 스페인 금융그룹 산탄데르다. 산탄데르의 전략은 특히 금융위기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투자은행 중심의 여러 대형금융회사들이 건전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소매금융에 주력한 산탄데르는 안정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또 소매금융과 함께 국내 금융기관의 장기인 우수한 IT 노하우를 리테일부문과 결합해 진출할 경우 해외 유수 금융회사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금융시스템이 낙후된 인도,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국내 은행지주사들이 IT금융서비스를 앞세운다면 글로벌 금융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현지화를 단번에 따라 잡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산은지주, 우리지주 등이 동남아시아 및 인도 지역 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IT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소매금융 부문 확대를 현지화 포인트로 삼는다면 안정적 자산확대와 신규 수익 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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