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일본에서는 신한류의 중심으로 떠오른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에 대한 성상납 만화가 파장을 몰고 왔다. ‘K-팝 붐 날조설’이라는 제목의 이 만화는 한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일본의 유력 엔터테인먼트사를 앞세워 한류를 조장한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거기에 소녀시대와 카라가 성상납 연예인의 대표로 그려졌다. 일본에서 불고 있는 신한류 열풍에 혐한 기류가 덮고 있는 모양새였다. 소녀시대가 일본에 처음 진출할 당시부터 시작한 폄훼는 인기가 높아질수록 함께 커져갔다.
이에 앞서 지난해 대만의 한 방송에서는 한국에서 연예인을 하기 위해서는 성상납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때 프로그램에서는 화면 가득 소녀시대의 사진을 비춰 마치 소녀시대가 대표적인 성상납 연예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개했다. 이후 대만 방송의 공식 사과는 있었으나, 그 때에도 한국 연예계에서 성상납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못 박은 개운치 않은 사과였다.
신한류 열풍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일본과 대만의 경우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9일(현지시각) 미국 LA 타임즈는 한국 연예계에는 여전히 ‘착취’가 존재한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 신문은 세계 각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더불어 한국에서는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엔터테인먼트사와 노예계약을 맺고 있으며 성상납을 강요받고 있다고 전하는 것이었다.
기사는 지난 2009년 봄, 한국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故 장자연 사건을 거론하며 시작됐다. 장자연에 대해 LA타임즈에서는 드라마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올랐으나 기획사 측에 의해 감독, 유력 언론인, 그룹의 CEO 등에게 ‘캐스팅 카우치(Casting couch)’, 즉 성상납 등을 강요당했고 그 해 자살했다는 사실을 통해 한국 연예계의 문제점을 짚었다.
LA타임즈는 2010년 4월 한 인권단체의 조사를 인용, 한국 연예계의 60%의 연예인들이 성상납 압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240명의 신인 여배우 중 5분의 1이 이러한 강요나 요구에 응했으며, 절반 가량은 강제로 술을 마셨고, 3분의 1은 원치 않는 신체 접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밝혔다.
2010년 7월 동방신기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간의 재판 내용을 대표적으로 인용해 한국의 20개의 연예기획사가 연예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불법적인 노예계약을 맺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LA타임즈의 보도 내용은 이내 중국 관영 CCTV의 보도로 이어졌다. 13일 CCTV는 앞서 언급한 인권단체 조사 내용을 전하며 역시 장자연 사건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한국 연예계의 실태와 노예계약을 통한 ‘참혹한’ 착취 방식을 비판했다.
특히 한국 연예계는 남자 연예인에 비해 여자 연예인들이 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CCTV는 보도했다. 남성에 비해 일하는 시간이 길면서도 수입은 훨씬 적으며 심지어 성형수술까지 강요되고 있다는 것, 회사로부터 성교역을 안배받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성노예’라는 표현으로 한국의 여자 연예인들을 지칭하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은 ‘노예계약’의 대상자가 되길 바란다고 전하고 있다.
유난히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잇따랐던 최근 몇 년이었다. 이 시기 연예계에는 장자연 사건으로 인해 수면 위로 올라온 ‘성상납’ 문제와 동방신기로 대표된 연예계 노예계약 문제도 함께 잠재해있었다. 한국 안에서 이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동안 한국 밖에서는 걸그룹을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다시금 일었다. 뉴미디어 시대를 관통한 소녀시대와 카라의 인기 뒤로 세계가 바라본 한국 연예계의 어두운 모습은 우리 스스로 발견해온 문제와 다르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따름이었다.
이들 보도 가운데에는 한국 연예사업은 아시아에서는 최고라 자부할 만큼 짧은 시간안에 톱스타를 만들어내지만 스캔들과 자살, 해약이 드리워졌다. 그 뒤에는 거대권력으로 대표되는 자본과 힘의 상징이 융합돼있었다. 이로 인해 연예인에게 인신의 자유는 이미 상실된 상태였으며, 설사 실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성상납을 강요당한다 해도 묵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연예계의 이러한 문제점은 존재하지만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를 비롯 서구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자 이는 1차적인 이슈를 넘어서고 있다. 각국 언론의 과장된 어조와 치우친 견해는 한국 연예계를 노예계약과 성상납이 만연하는 곳으로, 게다가 여성 인권탄압국가라는 우려까지 낳게 하기에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