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 상쇄 역할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수입물가가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입물가(원화기준)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7%나 올랐고, 전월보다도 4.7% 상승했다.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 원자재로 몰리는 글로벌 유동성,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중국의 소비 증가 등 복합적 요인에 이상 한파 같은 계절적 요인이 겹쳐진 결과다.
다행인 것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수입물가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계약통화(수입계약을 한 통화) 기준 상승률은 14.5%로 원화 기준 상승률보다 높았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그나마 환율이 상쇄해주고 있는 것이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공산품과 서비스 요금은 물론, 공공요금 인상압력으로 작용해 물가불안을 부추긴다. 정부가 올 상반기까지는 공공요금 등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위적인 가격 동결에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결국 근본처방은 환율이다.
올 들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절상폭은 주요국 통화에 비해 큰 수준이다. 현재(13일 기준)까지 일본 엔화가 달러화 대비 -1.9%, 유로화가 1.2%, 호주달러화가 -2.0%를 기록 중인 데 반해 원화는 1.8% 절상됐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3.2원 내린 1111원에 거래를 시작, 사흘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북 리스크 등 돌발변수가 없는 한 1100원까지 내려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 13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빨라진 금리 인상 속도도 원화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을 찾고 있는 유로존 재정위기 상황 역시 원화가치 인상 요인이다.
문제는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다. 수입물가 측면에서는 원화가치가 올라가는 게 좋지만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국의 적절한 개입이 있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유로화 급등과 달러화 약세로 원화값 상승이 예상되지만 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