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스마트 아이돌’이 이끄는 신한류 ② 아이돌의 경제학
노래·춤·외모 최고수준육성시스템 해외서도 주목
연습생 1인당 투자비용
연간 2000만~4000만원
SM 등 10억원 이상 지출
亞 공연투어·음반·MD 등
연매출 1조원 훌쩍
지난해 연말, 일본 도쿄 최대 번화가 시부야에 위치한 타워레코드. 건물 전체가 모두 음반매장인 이곳에서 한 개 층은 해외음반 코너이고 그중 절반 정도를 ‘한류’가 차지하고 있다. 입구에는 소녀시대에서 카라, 포미닛, 2PM의 사진을 담은 대형 포스터와 앨범 재킷이 장식하고 있다. 평일 오전임에도 한류 코너에는 삼삼오오 짝 지어 매장을 둘러보는 일본 젊은이들이 3~4팀이나 있었다. 타워레코드 시부야 지점의 요시다 준 지점장은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음반 판매량은 2009년에 비해 2010년 40%가량이나 증가했다”며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등의 걸그룹들이 본격적으로 일본 무대에 데뷔하고 FT아일랜드 등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10~20대 젊은 소비층의 구매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산 아이돌 스타의 힘이 한류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한류의 경제학’을 바꾸고 있다. 몇 해 전 삼성경제연구소는 11년 전 13살의 나이로 일본 무대에 진출해 제이팝 시장에 우뚝 선 보아에 대해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며 1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고도의 훈련과 적자생존을 통해 배출된 아이돌 스타들은 춤과 노래뿐 아니라 연기, 예능 등 다방면의 재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는 과거의 한류 스타들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
한류 경제학의 핵 ‘아이돌 육성 시스템’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이돌 그룹이 이끄는 신(新)한류시대’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의 성공 요인을 ‘다양한 문화를 녹여내는 융합력’과 ‘최고를 키워내는 아이돌 육성 시스템’,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확산, 글로벌 韓네트워크의 역할’로 규정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부분이 ‘아이돌 육성 시스템’. 여기에는 치열한 오디션 선발제도, 수년간의 연습생 기간 중 실시하는 트레이닝 과정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아이돌 그룹 멤버 1명을 키워내는 데는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까.
복수의 가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연습생 1인당 회사가 연간 투자하는 비용은 2000만~4000만원이다. 이 금액에는 식비, 교통비부터 춤, 가창, 연기, 외국어 등의 훈련비용이 포함된다. 여기에 건강ㆍ몸매관리, 미용, 성형 등의 비용이 더해지면 연간 투자비용은 더 늘어난다. 각각 20명 이상의 연습생을 보유하고 있는 SM, YG, JYP 같은 대형 기획사들은 연습생들을 위한 투자비용으로 연간 10억원 이상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연습생에서 데뷔할 때까지의 인턴 기간을 5년으로 잡고 한 명의 걸그룹 멤버가 데뷔하기까지 필요한 투자비는 최소 1억5000만원이다. 소녀시대와 같이 9인조로 그룹을 구성한다면 이 회사는 5년간 13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앨범을 내고 방송, 공연 등에서 무대에 오르는 것을 공식 데뷔로 치면 숙소, 차량, 매니저, 의상비 등 기본적인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앨범 제작, 홍보,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결국 소녀시대 규모의 아이돌 그룹 하나가 탄생하기까지의 투자비는 최소 20억원으로 추산된다.
아이돌의 경제적 효과
몇 년간 수십억원을 들여 공들여 키운 아이돌 그룹이 해외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이룰 경우 기획사는 수천억원대의 연간 매출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음반뿐 아니라 CF와 각종 머천다이징 상품 매출을 포함하고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한류의 주요 시장까지 더할 경우 일개 아이돌 그룹이 연간 1조원까지 벌어들일 수 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 대중음악(제이팝) 시장에 진출한 카라와 소녀시대는 약 3개월 동안 음반 판매로만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동방신기는 계약 문제로 공식 활동이 전무했지만 지난해 일본에서만 1년간 약 1300억원(오리콘 발표)의 음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의 일본 활동이 상시화되면 수익은 몇 배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진출을 앞둔 2PM, 비스트, 샤이니, 엠블랙 등 신한류를 이끄는 국내 아이돌 그룹의 활약도 그에 못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동방신기를 누르고 일본 내 연간 음반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은 일본의 남성그룹 아라시로 약 23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를 현재 일본 시장에서 일개 가수나 그룹이 올릴 수 있는 최대 음반매출이라고 한다면 한류 스타도 2000억원 이상의 수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온라인 음원 판매와 중국어권, 동남아권 시장에서의 음반ㆍ음원 매출까지 더한다면 해외에서 3000억~4000억원까지 벌어들일 수 있다. 음악계에 따르면, 한 개 팀이 아시아 공연 투어로 올릴 수 있는 매출은 연간 최대 500억원. 아이돌 그룹을 브랜드로 한 화보, 팬시상품, 티셔츠, 화장품 등 머천다이즈(MD)의 매출과 음악 외 영화, 드라마 출연을 통한 부가수익까지 더한다면, 20억원을 들여 키운 아이돌 그룹이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에 데뷔할 경우 연간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이게 된다.
SM재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일본 내 한국의 일부 MD상품들이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이미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며 “정확한 규모는 파악이 힘들지만 상당한 시장이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팬들은 한국 팬들보다 스타들의 기획상품을 직접 소장하려는 의지가 많다. 구매도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뿐 아니라 문화, 관광 등의 분야에서 아이돌 그룹의 인기와 활약이 파생시키는 경제적 효과도 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류 스타의 팬미팅 등을 위해 내한한 해외 관광객 수가 지난해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3만4000여명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방문 외국 관광객은 올해 사상 최초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국관광공사는 한류상품 등의 판매 호조로 인한 “한류효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신한류의 소비층이 10~20대 젊은 층으로 확장됐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춤, 의상, 화장법까지 따라 하는 걸 넘어서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을 선호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런 효과로 인해 삼성, LG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신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기업 광고에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홍동희 기자/ my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