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원하는 대로 골라 쓰는 ‘스마트’한 복지가 뜨고 있다. 설이나 추석이면 어김없이 배달되는 선물세트, 버리기가 아까워 듣지도 않으면서 신청했던 학원비 등 천편일률적인 혜택만 주어지는 복지는 옛말. ‘이왕 지급하는 복지비, 직원에게 큰 만족을 줄 순 없을까?’, ‘이왕 쓰는 복지비, 내가 필요한 곳에 쓸 순 없을까?’ 기업과 직원의 이런 고민에서 새로운 ‘스마트’ 복지제도, 이른바 ‘선택적 복지’가 태어났다.
선택적 복지제도는 말 그대로 다양한 복지 혜택 중에서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항목이나 복지 수준을 선택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휴양, 자기계발, 공연관람, 제품 구매 등 원하는 항목을 선택해 ‘입맛 따라’ 복지혜택을 즐길 수 있다. ‘카페테리아식 복지제도’라고도 불리며 이미 일본이나 미국 등에선 널리 보편화돼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한국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선택적 복지제도의 ‘후발주자격’이다. 그러나 추격 속도는 숨 가쁠 정도다. 특히 한국의 ‘IT 인프라’와 접목되면서 선택적 복지제도는 한층 ‘스마트’해졌다. 사내 담당 직원을 거칠 필요도 없이 24시간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면 된다. 시공간적 제약이 없어진 만큼 선택할 수 있는 항목도 방대하다. 스마트폰과 GPS를 활용해 모바일로 가까운 학원, 피트니스센터 등을 검색해 바로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김상용 이지웰페어 대표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선택적 복지제도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초기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2005년 정부가 연구용역을 거쳐 지방자치단체, 정부산하기관 등에 이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에 선택적 복지제도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선택적 복지제도를 통해 기업은 직원에게 현금이나 물품 대신 복지포인트를 제공한다. 이지웰페어 등 대행업체는 여행, 영화ㆍ공연, 건강검진, 레저, 자기계발, 제품 구매 등 복지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업에 제공한다. 직원은 주어진 복지포인트 안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면 된다. 평소보다 보고 싶은 공연이 많다면 포인트의 대부분을 공연 관람에 쓸 수도 있고, 한층 전문적인 건강검진을 받고 싶다면 다른 항목 대신 이를 선택하는 식이다.
김 대표는 “개인 취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복지 항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선택적 복지제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400여 개사를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는 이지웰페어 역시 지난해 위탁받은 복지예산이 총 5000억원에 이른다. 2008년(3200억원)과 비교할 때 연평균 30%가량 급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선택적 복지제도가 주목받는 까닭은 기업도 직원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윈ㆍ윈’ 모델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직원 복지를 담당하고자 별도의 복리후생 팀까지 꾸려야 하지만, 선택적 복지제도를 도입하면 인터넷 시스템만 구축하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직원들은 원하는 대로 복지를 선택할 수 있으니 만족도가 높다. 김 대표는 “직원들의 만족도와 애사심이 높아지니 작업 능률도 오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터넷 기반으로 운영되는 선택적 복지제도는 향후 모바일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 만큼 선택적 복지제도가 IT와 접목된 국가가 없다”며 “향후 모바일 기반으로까지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웰페어도 이미 모바일 전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해 학원, 공연장, 피트니스센터 등 가까운 복지 가맹점을 조회한 뒤 모바일로 즉시 결제하는 방식이다.
복지포인트로 사회기부 등 남을 위한 복지에도 동참하는 ‘공익 연계 마케팅’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복지포인트를 사용하면 그 중 일부를 사회재단 등에 기부하는 형식이다. 만족감을 주는 게 복지제도의 핵심이라면 복지포인트로 손쉽게 기부에 동참해 정신적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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