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전세집이 없어 거리로 나설 판인데 2~3년후에 효과가 나오는 한가로운 대책이다", "새해들어 한주새 3000만원씩 전세값이 뛰고 있는 걸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1월 비수기에도 이 정도인데, 전세 수요가 몰리는 봄철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걱정이다”
정부가 13일 전ㆍ월세 시장 안정방안을 내놨지만, 실수요자와 부동산시장에서는 일제히 ’재탕ㆍ삼탕에 현실성도 없는 대책’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8년만에 최고점을 찍고, 새해 벽두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전세난을 잡기에는 한가롭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 전세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은 알겠지만, 생필품값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한꺼번에 수천만원씩 오르는 전세폭등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엇비슷한 전세대책, 사실상 심리전 수준 =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장 2월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봄철 전세 성수기를 겨냥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미 예정된 입주 물량을 공개하는 수준에 그쳤고, 전ㆍ월세 정보 제공을 통해 전세 수요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기대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입주를 조기화하겠다고 밝힌 9만7000가구의 소형 공공분양과 임대주택은 이미 예고됐던 물량을 종합한 것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추가 공급은 판교의 순환용 임대주택 1300가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보유한 준공 후 미분양 물량(2010년 12월 기준 2554가구) 등이다. 다가구 매입과 전세임대주택은 현재 매입된 물량이 6000가구에 그친다.
정부는 소형ㆍ임대주택의 공급을 위해 올해말까지 한시적으로 2%의 저리자금을 지원키로 했지만, 준공되기까지는 2년 가량이 소요돼 당장의 대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민간 건설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를 위한 5년 임대주택용지의 공급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이번 대책은 사실상 일종의 심리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뾰족한 전세 대책을 찾을 수 없는 만큼, 입주물량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전ㆍ월세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전세 수요자들의 동요를 막는 데 주력하겠다는 심산이다. 실제 정부 관계자는 “전세금이 오르자 추가로 전세금이 오르기 전에 미리 전세 물량을 확보하려는 이들까지 가세해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라며“상세한 전ㆍ월세 정보를 제공하면 이같은 불안심리를 일정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 반응 시큰둥, 여전히 심각한 전세시장= 정부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부 대책 발표에도 전세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세난의 시발지인 강남권은 봄철을 앞두고 학군수요가 형성된 데다 신혼부부들의 수요까지 겹치면서 한주새 3000만원까지 폭등,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체의 전세값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전세금을 주면서도 전세 계약을 맺으려는 현상은 정부 대책 발표에도 현재의 전세난이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을 보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에만 3만가구의 미분양 주택이 쌓여있는데, 학군이 좋고 생활편의 시설이 완비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반포퍼스티지 112㎡의 전셋값은 8억원대까지 치솟는 것이 현실”이라며 “2년전 일시적 공급 과잉이 발생했던 잠실의 경우 전셋값을 1억~2억씩 올라도 재계약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전세난이 집의 소유보다 거주에 가치를 두는 데 따른 자발적 측면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송파구 A공인 관계자는 “5억원 안팎을 주고 전세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소형주택 공급확대 등의 정부대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고 아쉬워했다.
강북과 수도권에서도 전세값이 급등, 아파트에서 밀려나 다세대 연립으로까지 전세가 씨가 마르고 있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사는 "9년동안 영업을 해왔지만, 물건이 이렇게 씨가 마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집주인들이 낮은 금리때문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정순식 기자 @sunheraldbiz> 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