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가격파괴와 초저가 판매라는 이유로 ‘통큰 치킨’이 세간의 화제였다. 기존 시장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한 5000원을 책정해 소비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통큰 치킨은 판매시작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1주일 만에 “유통시장의 강자들이 동네상권을 위협한다”는 비난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해가 바뀌면서 골프장의 그린피가 들썩거리고 있다. 지난 두 해 동안 지방 회원제 골프장 입장객이 냈던 개별소비세(2만1120원)와 체육진흥기금(3000원)이 올해부터 다시 부과되고, 함께 인하되었던 골프장 재산세와 취득세가 다시 고율을 적용받기 때문. 그 여파로 해가 바뀐 올해 1월 1일부터 일부 지방 골프장 그린피가 전년 대비 2만5000원에서 4만원 정도 인상되었다.
지방 회원제 골프장발 그린피 인상 파고는 먼저 경쟁관계인 지방 대중골프장의 그린피 인상을 유도하고 도미노처럼 전국으로 확산될 여지가 농후하다. 지난해 주인이 바뀐 골프장이 10여개에 이를 만큼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은 골프장 입장에서도 그린피 인상은 이용골퍼들에게 무리한 부담을 주는, 경영기법상 독약처방에 가깝다.
골퍼들은 골프장에 통큰 그린피를 이야기한다. 비싸다고 아우성이다. 그린피 인상요인을 자구노력으로 흡수하지 않고 골퍼에게 전가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현재 골프장 경영자는 중과세 정책이 유지된다면 통큰 그린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린피는 통큰 치킨처럼 미끼상품이 아니다. 연간 판매량(입장인원)이 제한된 골프장의 주력 상품이 그린피다. 더욱이 골프장은 매출한계기업이다. 연간 100억원가량의 18홀 골프장 매출은 110억, 120억원을 목표로 할 수는 있지만 가격인하를 통해 1000억원, 1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는 없다. 연간 7만명이 이용하는 18홀 골프장이 100만명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골프장 그린피는 일시적인 이벤트성 박리다매가 가능할지는 몰라도 이를 지속할 여력은 없다. 20만원의 그린피를 7만원으로 내릴 수 없는 이유는, 7만원이면 수도권 골프장에서 국가와 지자체에 내야 하는 내장골퍼 1인의 세금액수 총액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겨울 주중 7만원, 주말 10만원 이하의 한시적 통큰 그린피를 책정한 곳도 적지 않다. 하루 5팀에서 10팀을 받아서는 캐디 운용과 식자재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처절한 그린피’로 자구책을 삼고 있는 것. 손님이 늘면서 영업을 가능하면 캐디들에게 지급되는 30만원가량의 휴장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최소한의 식당영업이 가능해지면서 골프장 인원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
골퍼와 골프장 양자가 윈윈하는, 지속가능한 통큰 그린피 시대가 열리려면 일반 세율보다 수십배 중과되는 세금이 일반과세로 전환되고 골프장의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절감, 아웃소싱을 통한 구조조정 등이 동반되어야 가능하다.
통큰 그린피가 가능하려면 먼저 판매자인 골프장의 생존가능한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여건 조성을 위해서 정부당국과 골프장을 대상으로 하는 골프소비자 운동이 필요하다.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