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은행권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않다. 은행권이 정부의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설치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제 3의 대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석동 금융위원장식 관치’에 은행권이 반발하는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무르익어가던 저축은행 구조조정 계획에 은행권이 반기를 든 것에 흠짓 놀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2일 “은행들이 예보기금 공동계정 설치를 위한 정부의 수정안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조치에 대해 업계 입장을 우선시 하는 행위는 이기주의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금융위가 이처럼 은행권을 강하게 비난하는 이유는 향후 설치될 공동계정에 예금보험료의 50%를 적립한다는 정부 수정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던 기류에 갑자기 큰 변화가 생긴 것으로 인식한 때문이다. 금융위는 김석동 위원장이 부임한 뒤 은행권이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한다는 취지로 지난 해 말 정부가 제안했던 수정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파악했다.
은행연합회는 그러나 지난 10일 이사회를 통해 “은행장들이 국회에 발의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나 금융위의 실무 수정안은 예금보험제도 근간을 훼손할 수 있어 수용하기 어렵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이사회를 통해 금융위식 공동계정이 아니라 영국식 공동계정을 설치한다면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다”며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은행 보험 등이 적립한 예금보험기금을 활용하는 내용의 정부 안은 수익자 분담원칙에 어긋나 예금보험제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또 “한시적인 공동계정 설치를 전제로 한 것도 아니어서 더욱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영국식 공동계정은 각 금융권이 구조조정에 필요한 기금을 내놓은 뒤 구조조정 실적에 따라 출연규모에 비례해 배당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은행권이 목표한 기금을 채우지 못하자 ‘꼼수’를 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09년부터 목표기금제를 신설해 권역별로 부보예금의 1.5~2%를 적립하도록 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전체 목표에서 현재 0.62% 수준 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안을 수용할 경우 은행권은 목표치를 채워야하고 공동계정에도 돈을 내야하는 이중부담을 안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보기금은 금융권 리스크 발생에 대비한 자금이며 한 권역의 리스크는 금융권 전체로 전이되기 때문에 저축은행권역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은행권의 예보기금을 써선 안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 IMF 구제금융 당시 은행들이 쓴 공적자금은 국민의 세금이었고, 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활용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도 권역이익을 초월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박정민ㆍ오연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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