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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FRS發 회계빅뱅>회계주권 훼손등 IFRS 논란의 해결 열쇠는
올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국내 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IFRS)를 의무 도입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해당 기업은 상장사 1782곳(유가증권 763곳, 코스닥 1019곳)을 비롯, 총 1981곳에 달한다.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금융 당국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IFRS의 연착륙을 위해선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일각에선 IFRS발 경제 위기 가능성까지 경고한다. 이에 본지는 우려의 진원지인 조선ㆍ건설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IFRS 논쟁의 요지와 해결의 열쇠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끊이지 않는 논란..왜?=건설업계에선 시행사를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판단 기준은 ‘주요 위험과 효익이 건설사에 귀속되느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을 두고 회계업계와 건설업계는 큰 시각차를 보인다. 국내 시행사들의 경우 대부분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을 차입해 분양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때 건설사들이 지급 보증을 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계업계는 이런 구조를 감안, 건설사가 시행사와 지분 관계가 없더라도 시행사의 위험을 떠안는다고 보고, 시행사를 연결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업계는 시행사 지급 보증은 관행일 뿐이고, 사업 위험은 분담하는 구조라서 시행사가 연결 대상에 포함돼선 안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미 시행사 지급 보증에 따른 충당 부채를 설정하는 만큼 연결 재무제표까지 작성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주장도 있다.

아파트의 자체 분양 공사 수익을 재무 제표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도 논쟁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기존 회계 기준에선 3년간 시공되는 300억원 규모의 아파트 공사에 대해 매해 100억원씩 수익을 반영하는 식이다.

그러나 IFRS는 인도(입주) 기준으로 아파트 완공 시점에 300억원을 한꺼번에 수익으로 잡고, 일정 조건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진행 기준’을 인정한다. 대형 건설사의 재무 담당자는 “IFRS 적용시 분양이 잘 되는 사업지는 오히려 부채를 증가시키는 주범이 된다”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회계 기준을 굳이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조선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외화환산 회계 방식이다. 국내 업체들은 선박 수주 계약부터 인도 시점까지의 환율 변동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활용한다. 문제는 환율이 상승한 경우 IFRS는 계약액의 환차손과 환헤지에 따른 이익을 따로 재무제표에 넣도록 돼있다.

예를 들어 환차손 1000억원과 환헤지 이익 1200억원이 발생한 A사의 IFRS 재무제표엔 ‘1000-1200= -200’ 이라는 과정이 모두 표기되고, 부채는 1200억원으로 계상된다. 반면 업계는 과정을 생략하고 부채 200억원만 넣는 ‘차감표시’(LPㆍLinked Presentation) 방식을 들고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IFRS에 따른 부채비율 급증은 기업의 실상이 아니라 장부 상의 착시 효과이고, 원화 가치의 변동성이나 높은 수출 비중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업계가 일본, 중국 등에 비해 불리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회계 주권 사라지나..경제 외교력 높여야=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향후 우리와 유사한 선분양 방식의 건설 관행을 지닌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과도 공조를 취해 다음달까지 한국 자체 도입안을 IASB에 제출하고, 오는 6월 수익인식 기준의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조선협회도 최근 발표된 IASB의 공개초안에 LP 방식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조선업계의 회계기준 변경 노력은 다른 업종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지홍 한국회계학회장은 “우리나라의 높아진 경제 위상을 감안할 때 IFRS 개정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은 바람직하다”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려면 IFRS에 대한 활발한 연구로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IASB에 진출해 경제 외교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IFRS 재단 이사로 선출된 가운데 내년중 IASB 위원수가 16명으로 1명 늘어날 예정이어서 우리에겐 더없는 기회란 평가다.

최준우 금융위원회 공정시장 과장은 이와 관련, “IASB의 인사, 예산 등을 담당하는 IFRS 재단에 진출한 점은 일단 긍정적이나 정치적 역학관계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김영화ㆍ정순식ㆍ하남현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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