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를 강타한 애그플레이션의 파급효과가 상반기에 한반도에 상륙할 전망이다. 시간차를 두고 작용하면서 관련 물가에 두자리수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때문에 한파와 폭설등으로 인한 채소, 과일, 수산물의 가격 초강세에 국제곡물가 마저 영향을 줄경우 식품분야 전체의 가격 상승과 함께 정부의 3%대 물가 잡기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국제 곡물가는 기상악화와 구 소련지역의 밀생산 급감으로 지난해 6월이후 연쇄 상승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시카고상품거래소와 뉴욕상품거래소의 밀 근월 선물가격은 6개월새 68.4% 올랐고, 옥수수 값은 70% 수직상승했다. 설탕 가격은 97% 오르면서 6개월만에 두배가 되며 역사상 가장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FAO(국제식량기구)가 내놓은 지난해 12월 식품가격 지수는 214.7포인트로 지수가 발표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기존에는 2008년 6월의 213.5포인트가 최고였다. 당시에는 아이티와 이집트에서 폭동이 발생했었다.
곡물가가 급등했지만 지난해 한반도는 비교적 무풍지대였다. 주식인 쌀가격이 양호했고, 정부의 강력한 억제책과 함께 식품업체들의 사전 물량 확보 등으로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은 없었다.
하지만 국제 곡물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그 영향이 상반기에 본격화 되리라는 전망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의 애그플레이션도 4~7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 바 있다. 국제 밀값은 2008년 3월에 가장 높았으나, 국내 밀가루 소비자 물가지수는 그해 7월에 206.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옥수수와 대두값도 6월에 정점을 찍었다.
올해 역시 식품산업에 영향력이 큰 밀, 설탕, 옥수수등의 가격 상승폭이 커 물가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분 부문은 지난해 6월대비 31.3%의 물가 상승요인이 잠재하고 있다. 제당부분과 배합사료 부분도 각각 30%, 11.5%의 물가 상승 요인이 있다. 전분 및 당류 역시 10.9%의 두자리수 물가상승 압력이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국제곡물 가격을 적용하면 올해 상반기 국내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면서 “국내 생산을 늘린다 하더라도 수요량을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세계 밀과 대두 생산량은 모두 지난해보다 1% 내외로 감소할 전망이다. 농산물에 대한 투기적 선물수요가 최근 더 늘어나고, 유가 상승에 따른 농산물의 바이오 에너지 수요도 다시금 높아져 곡물가격이 연중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리란 분석이다.
<홍승완 기자 @Redswanny>
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