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가 없다”고 외면당했던 신기술들이 뒤늦게 화려하게 되살아나 효자사업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욱이 사장될 뻔했던 이 기술들은 많게는 6000억원대의 가치를 지니기도 해, 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들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대기업이 3년간 100억원을 들여 개발하다 중도 포기한 인터페론 관련 신약기술을 지난 2006년 모 대학에서 인수해 최근 완성, 미국 제약사와 수 천억원대의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신약후보 물질은 기존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에 비해 약효증대와 부작용 감소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판명됐다. 신경계 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은 젊은 층에서 주로 발병, 하반신 마비 등으로 이어지는 병이다. 이 기술로 제품화할 경우 10년간 평균 로열티만 해도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돼지털을 분해해 아미노산을 만드는 방법도 아이디어는 나와 있었지만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기술. 도축 폐기물인 돼지털을 분쇄한 뒤 전기분해해 단백질 고리를 파괴해 고농도 아미노산으로 만드는 젯법이 지난해 한 기업에 의해 개발됐다. 아미노산을 유기질비료(액비)로 만들어 시비할 경우 과일작물의 생산량 증가는 물론 맛이 좋아지고 내병성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은 지난해 ‘국민아이디어 100대 선정과제’에 뽑혔으며, 11월부터 사업화가 시작되고 있다.
유진기업이 개발한 액상 제설제를 뿌리기 전 후 도로의 모습. 원래 한겨울 콘크리트 동결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됐으나 온난화로 쓸모가 없어지자 제설제로 상품화한 경우다.
연구실에서 수 년간 잠자던 턱뼈 재생기술(원광대 치의과대학 개발)도 빛을 보게 됐다. 손상된 턱뼈를 재생, 환자에게 임플란트 시술을 있게 한 ‘맞춤형 피브린 블록 스캐폴드 기술’은 노령화에 따라 5년내 6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원광대 측은 현재 이 기술에 대해 랩(Lab)단위 사업화를 시행 중이다.
발상전환으로 기술을 부활시킨 경우도 있다. 유진기업은 최근 액상형태의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염화칼슘처럼 쇠를 부식시키거나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아 친환경 마크도 획득했다. 이 회사는 제품명을 ‘스노우멜트(Snow Melt)’로 붙이고 양산 및 시판준비에 나서고 있다. 애초 이 기술은 혹한기 콘크리트 피해 방지를 위한 ‘방동제(防凍劑)’로 개발 중이었으나 지구 온난화와 대체제 출시로 쓸모가 없어 폐기될 위기체 처했던 것이다.
유진 관계자는 “건설업계 전반이 비수기인 동절기에도 회사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이라며 “지방자치단체와 골프장 등을 중심으로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휴대폰 및 스마트폰, 웹패드, 내비게이션 등 각종 휴대용 단말기에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터치스크린 기술도 사장될 뻔한 기술이었으며, 말로 명령하는 음성인식 작동기술 또한 사라져가던 기술에 불과했다.
터치스크린 기술은 1971년 군사적 용도로 개발됐으나 가격이 비싸고 활용도가 낮아 거의 잊혀져갔다. 90년대 IT붐과 함께 관광안내, ATM기기 등 대화면 키오스크에 활용되면서 겨우 살아나 현재 그 활용도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음성인식 기술 역시 기대와 달리 상용화에 실패했다가 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 검색에 활용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가전제품으로 번질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발흥진흥회 조경선 특허평가거래팀장은 “기술의 가치와 효용은 관점과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며 “현재 쓸모없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디어와 시대상황을 잘 결합해 제품화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게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디어에서 사업화까지는 아이어 선정, 제품화, 시험분석, 생산시설 구축 등 단계가 길고 복잡해 우수한 특허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사업화를 통한 고용창출로 이어지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문술 기자@munr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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