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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로 보는 드라마…가수 울리는 ‘OST 전쟁’
현빈 ‘그남자’ 음악차트 싹쓸이

벅스 상위 10위내 6곡이 OST

수개월씩 앨범준비한 가수들 허탈


과거엔 신인가수用 ‘비인기 종목’

이젠 시장 커져 제작비만 수억원

스타 모시기 출혈경쟁 부작용도




이번주 각종 음악차트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은 가수가 아닌 배우 현빈이다.

현빈이 부른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제곡 ‘그남자’는 쟁쟁한 아이돌 그룹, 솔로 가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OST는 ‘너는 나의 봄이다’(성시경)와 ‘히어 아이 엠’(윤상현)이 각각 4위와 8위를 차지하는 등 10위권에만 3곡이나 포함돼 있다.

KBS월화극 ‘드림하이’에서 원더걸스 선예가 부른 ‘Maybe(메이비)’가 3위, 아이유의 ‘썸데이’는 5위다. 9위의 ‘너 때문인걸’(비스트)은 MBC수목극 ‘마이 프린세스’의 OST 수록곡이다.

지금까지의 순위가 드라마 OST 차트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1월 11일자 온라인 음악사이트 벅스의 일간 종합차트 상위 10위 내에 드라마 OST 수록곡들이 무려 6곡이나 자리잡고 있다. 특히 5위권에는 2위의 ‘샤이보이’(시크릿)를 제외하고 모두 드라마 OST곡들로 채워졌다.

최근 들어 드라마 OST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가요계는 ‘비상’이나 다름없다. 길게는 6개월, 짧게는 2~3개월 공들여 준비한 가수들의 정규앨범이나 미니앨범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그나마 동방신기, 시크릿, 엠블랙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이 아니면 웬만한 가수들은 상위권 진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얼마전 한 솔로 가수의 앨범을 제작한 음반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톱가수들의 활동 시기를 체크하고 음반 발매 시기를 결정했지만 요즘은 드라마 방영 일자나 OST 가수들이 누군지까지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드라마 OST는 신인 혹은 무명 가수들이나 부르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하지만 백지영, 이승철 등 톱가수들이 참여하기 시작하고 이어 아이돌 스타들까지 가세하면서 드라마 OST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연히 장당 2000만~3000만원 하던 OST 제작비도 수억원까지 치솟았다.


대부분 테마 연주곡으로 채워지고 주제곡은 기껏해야 2~3곡에 불과하던 드라마 OST는 이제 파트 1, 2, 3 형태로 드라마 방영 중에도 거의 매주 디지털 싱글로 공개하는 실정이다. 결국 1장의 OST 음반에는 주제곡(가창곡)만 5~6곡을 훌쩍 넘는다.

드라마 OST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스타급’ 가수들이 물망에 오르다 보니, 바우처(사례금)만 수천만원을 호가한다는 것이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급 가수를 모시기 위해서 바우처에 음원이나 음반 판매량에 따른 수익 배분, 이른바 ‘지분’을 함께 제공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시아 시장이 타깃인 드라마들은 기획 단계부터 OST를 전략적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드림하이’는 박진영이 직접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드라마에 출연하는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OST에 참여했다. ‘시크릿 가든’의 주연배우 현빈이나 윤상현처럼 한류 배우들이 직접 주제곡을 부르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드라마 OST 시장의 팽창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OST의 편중된 인기가 음반 시장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조건 스타부터 잡고보자’는 분위기 때문에 가수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드라마 OST가 전체 제작비용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는 데다, OST가 드라마 홍보수단의 최전선에 서다보니 곡의 완성도보다는 스타의 이름값이 우선한다는 점도 문제다. 스타의 목소리에 의존하다보니, 드라마 흐름보다는 음악이 주도하는 주객전도 현상도 감지된다.

드라마 OST 제작 담당자는 “드라마 OST 제작비용이 갈수록 증가하는 실정이다. 온라인 차트에서 OST 수록곡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화제가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인기 있는 몇몇 드라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드라마 OST 제작사는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적자를 안고서라도 다른 드라마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스타 가수들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무조건 출혈 경쟁식으로 OST를 제작하기보다는 OST도 드라마 제작의 연장인 만큼 작품에 더 충실하고 완성도 높은 곡들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동희 기자/ my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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