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책임론에 업계 찬바람=10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내비추자, 일부 저축은행들이 뒤늦게 증자계획을 수립하는 등 자구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미미한 저축은행들에 대해 엄정한 조치가 따를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자산 규모 1조원 이상 혹은 상장된 저축은행(대형) 34개 업체 중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0%를 넘는 곳은 12개에 이른다. 국제결재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경영개선 권고 기준인 5% 미만인 곳도 2곳이다.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BIS비율이 5% 미만인 곳은 8곳에 이르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하반기 동안 대주주 출연과 유상증자 등을 실시했지만 여전히 자구노력이 미흡하다는 판단이어서 이들 가운데 일부에게 1순위로 경영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방 소재의 한 저축은행은 지난 해 증자에도 불구하고 목표 건전성 기준에 못미치자, 최근 추가 증자 계획을 수립했다. 한때 매각을 검토하다 중단한 서울 소재 한 저축은행도 최근 부실 저축은행 등과 더불어 매물 대상으로 언급되자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부실 저축은행의 처분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매각대상으로 언급만 되더라도 인출사태가 날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 의지에 구조조정 촉진=금융당국의 이같은 강공책이 매물 가격을 낮추는 촉매가 돼 저축은행 업계 내의 자율적 인수ㆍ합병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 부실경영 문책을 언급하는 시점에서 턱도없이 높은 프리미엄으로 매각하려는 대주주들이 먼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는 최근 가격문제로 M&A가 좌초된 일부 저축은행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부실저축은행이 자본력있는 새 주인을 만나 정상화되기 위해선 높게 책정된 저축은행의 매각 프리미엄부터 먼저 없애야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예금보험공사의 예보기금 공동계정 설치와 1금융권의 저축은행 인수 추진, 정부의 공적자금투입 움직임 등 저축은행 업계로서는 호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지만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이 우선해야한다는 것에 마냥 웃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매각 대상 업체는 적정 매각가 재산정이나 부실자산 축소, 유상증자 방안 수립 등을 서둘러 진행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의 저축은행 인수 소식에 잠깐 저축은행 주가가 오른 날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해프닝”이라며 “올해 결산시점까지는 저축은행 업계의 고난의 행군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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