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의 주류가 3~4인 가족인데, 1~2인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확대를 전세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네요. 좀 황당하죠”
정부가 지난 7일 물가대책의 일환으로 전세대책을 내놓았지만, 한겨울에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전세시장에는 정책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기존 세입자들중 상당수가 재계약으로 돌아서면서 전세 물량 자체가 시장에 공급되지 않는 데다, 신혼부부 등 신규 수요가 유입되다 보니 전세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한파 속 전세 시장 강세는 여전= 전세난의 근원지인 강남권은 그야말로 대책의 사각지대다. 학군수요에다 때 이른 신혼수요가 겹치고, 시장 불안으로 전세물건을 확보하려는 추가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전세금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109㎡형의 경우, 현재 전세금은 4억 7000만~5억원을 호가, 3억 7000만~4억원이던 지난 8월 대비 1억원 가량 치솟았다. 이밖에 서초구 반포 자이 등 인기단지도 2008년 입주때보다 전세금이 배 이상 올랐지만, 물건이 씨가 마른 상황이다.
송파구 B공인 관계자는 “반전세, 과다대출 등을 제외하면 쓸만한 전세물건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5억원 안팎을 주고 전세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소형주택 공급확대 등의 정부대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정부대책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금리, 매입대금 부족 등 경제력 문제라기보다 교육, 강남권 메리트 등을 겨냥한 자발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용인 등 수도권에서도 정부의 전세대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전세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보통 4~5명의 수요자가 달려들어 ‘묻지마 계약’ 전쟁을 벌이는 등 여전히 전세난이 심각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전언.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 위치한 현탑공인 관계자는 “전세금이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서울에서 밀려내려오는 계약희망자가 넘쳐난다”며 “대개 3~4인 가족이 살만한 전용 84㎡대에 실거주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봐서, 도시형생활주택 공급확대 등은 결코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용인 일대의 전세금은 반년 만에 5000만~7000만원이 치솟았다. 용인 죽전동 포스홈타운 128㎡형은 2억 4000만~2억 50000만원대가 전세 시세지만, 물건이 없다.
학군 수요가 집중되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일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재계약이 늘면서 전세 물량의 씨가 말랐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목동신시가지 5단지 89㎡는 2억7000만~3억원 선이며, 115㎡는 3억7000만~4억 선이다. 전세대란이 벌어지던 석달 전보다도 1000만원 가량이 추가로 상승한 상태다.
▶재탕ㆍ삼탕, 정부 전세 대책에 실망감 팽배=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발표한 전세 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의 확대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시기 조율, 전세자금 지원, 민간부문 공급 확대 등을 전세대책으로 내놓은 바 있다. 오는 13일 공식발표에서도 진전된 대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책이 이미 과거에 언급됐던 사안인 데다, 도시형 생활주택처럼 공급 물량을 늘이는 방안은 구체적으로 실현에 옮기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심리적 안정 이외의 효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크다. 아울러 전세 자금 지원 방안 역시 수요자들이 전세 물건 자체를 찾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불만도 쏟아져 나온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학군과 교통 등 입지가 좋은 지역에 대한 전세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데 비해, 이들 지역에 대한 공급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정부가 밝힌 주된 공급 방안인 도시형 생활주택은 1~2인의 소가구에 한정된 것이어서 결코 전세난의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순식ㆍ김민현 기자 @sunherald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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