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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펙 전쟁에 영어캠프 문전성시
“취직 하려면 남들 다 있는 토익 성적에서 앞서야죠” (박지현ㆍ23)

“취직을 하건 공부를 계속하건 영어 성적은 필수예요” (김효빈ㆍ21)

지난해 12월 30일 건국대학교 ‘몰입형 외국어 능력 향상 프로그램(영어 몰입교육)’에 참여한 120명의 학생들은 강의실 밖을 감싼 연말 분위기에도 아랑곳않고 하루에도 백여개씩 과제로 쏟아져 나오는 단어를 외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한참 늦잠을 자도 좋을 방학이지만 120명의 학생들은 자진해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한나절을 꼬박 영어와의 씨름에 매달리는 생활을 20일 동안이나 계속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익반과 토플반으로 나눠 자신에게 해당되는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쉬는 시간 틈틈히 문제풀이 숙제를 하고, 새 단어를 암기했다.

단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재시험을 치러야 했고, 재시험이 반복될수록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이 줄어드는 ‘독한’ 테스트에 기숙사에서 숙식을 함께하는 친구들과의 수다는 꿈도 못 꿀 일이 됐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도 “지금 과제를 다 마치지 못하면 밥 먹을 시간도 없다”며 손을 내젓던 이들은 저녁 식사를 마친 오후 7시부터 2시간동안 다시 의무 스터디에 돌입했다.

조별 스터디가 끝나면 각자 개별 과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 2시께가 되어야 하루 공부를 마칠 수 있다. 영어 몰입교육에 참여한 김정화(21ㆍ여) 학생은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와도 숙제하느라 다른 활동은 할 시간이 없다”며 “여가 시간은 주말에나 가질 수 있다”고 빡빡한 생활을 전했다.

스파르타식 교육을 방불케하는 건국대의 영어 몰입교육은 지난해 여름방학때 처음 시도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후 이번 겨울방학때 2회째로 기획된 것이다.

3주간 기숙사에서 지내며 토익이나 토플 중 원하는 영어시험을 선택해 공부를 하는 영어 몰입교육은 학교측에서 수강비, 교재비까지 전액 지원해준다. 단, 참가 학생들은 기숙사 입소시 10만원의 보증금을 내야하고 참가 직전에 치른 모의 평가보다 토익 100점, 토플 10점 이상 오르지 않으면 보증금을 환불받을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영어 몰입교육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평균 토익 점수를 160점 이상 올린 바 있어 참가 학생들이나 지도하는 강사 들 모두 성적 향상을 기대했다. 토플반을 지도하고 있는 홍은희 강사는 “처음 모의 테스트 성적은 평균 60점대였지만 학생들의 수업 태도나 마음가짐을 보면 퇴소 할 때에는 점수가 평균 80점대는 나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성적 향상 결과는 엄격한 프로그램 관리에서 나온다. 2회 이상 지각이나 조퇴, 과제 미제출을 하면 1회 결석으로 처리되고 5회 이상 결석이 되면 제적 처리된다. 프로그램 운영 담당인 박지민씨는 “빡빡한 일정과 규정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학생들도 잘 따라주고 있다”며 “당장은 몸이 힘들지 몰라도 좋은 결과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황금같은 대학 시절, 학생들이 굳이 고행(?)에 매달리는 이는 영어가 취업, 유학 등 졸업 후 모든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판단 때문이다.

모성규(24) 학생은 “영어를 못하면 취업은 물론이고 장학금도 받을 수 없다”며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특히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취업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영어로 귀결된다는 강박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경제학과 윤수정(23ㆍ여) 학생은 “기업마다 학점과 외국어는 기본만 있으면 되고 동아리나 공모전 등 대외 활동이 중요하다고 해서 믿었는데 막상 현실로 나와보니 다르더라”며 “어차피 회사에서도 눈에 보이는 수치를 먼저 보지 않겠냐”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도현정 기자ㆍ윤보람 태효정 인턴기자 @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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