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작곡가는 단연 쇼팽과 슈만이었다. 1810년 태어난 동갑내기 두 작곡가 쇼팽과 슈만의 20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공연은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이들의 작품을 담은 음반도 많이 발매돼 일년 내내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2011년의 음악가는 누구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손꼽을 이는 2011년 탄생 200주년을 맞는 프란츠 리스트일 것이다. 쇼팽과 슈만보다 한 살 어린 프란츠 리스트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 그는 먼저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쳤는데,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에 비견될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피아노 실력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짐작케 한다.
뛰어난 작곡가로서도 능력을 마음껏 펼쳤던 리스트는 ‘교향시’라는 새로운 음악형식을 시도했다(교향시라는 관현악곡은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파가니니와 바그너 등의 작곡가가 관현악이나 다른 악기를 위해 쓴 곡을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하기도 했다. ‘단테 소나타’ 등 그가 작곡한 피아노 곡은 웬만한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어려운 테크닉과 심도있는 음악성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리스트의 딸인 코지마는 당시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로서 이름을 날린 한스 폰 뷜로우와 결혼했다가 후에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와 재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1년 기념할 또 한 명의 음악가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다. 사실 말러는 1860년에태어나 1911년 세상을 떠났기에 2010년은 탄생 150주년, 2011년은 사후 100주년의 해가 된다.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직을 맡는 등 지휘자로서도 유명했던 말러는 ‘1000인의 교향곡’ ‘대지의 노래’ 등의 관현악곡을 비롯해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등 풍부한 감정이 짙게 묻어나는 명작품을 남겼다.
2010년에는 쇼팽과 슈만이라는 큰 작곡가 두 명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고 화려한 피아노 독주곡을 많이 남긴 리스트와는 달리 말러는 주로 대편성의 관현악곡 위주로 작품을 남겼기에 말러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아주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음악회와 음반이 기획되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수많은 클래식 음반 중 어느 것부터 들어야 할지 고민이라면, 클래식 공연 중 어느 공연을 가면 좋을지 고르기가 어렵다면 2011년에는 리스트와 말러를 선택해보는 것도 음악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